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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의 상장 10주년…해소된 의혹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을 활용한 복제약이다. 화학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처럼 같은 구조의 복제약을 만들 수 없어서, 유사하다는 의미로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른다.

한국 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삼성전자(296조원·7월 25일 기준), 2위는 SK하이닉스(58조원)다. 그렇다면 3위는? 바이오기업 셀트리온(31조원)이다. 현대자동차(28조원)나 포스코(28조원)보다 앞선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8년 8월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면서 증시에 명함을 내밀었던 제약회사 셀트리온은 올해 초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시총 3위라는 금자탑을 쌓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주식 부호 순위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7월 25일 기준)는 4조2000억원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약 16조2000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조4000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6조5000억원), 최태원 SK 회장(4조3000억원)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다.

셀트리온은 복제약으로 명맥을 이어가던 한국제약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라는 생소한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관절염 치료제)와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 등이 연이어 미국·유럽 임상시험을 통과하면서 한국 제약업계에서 신기원을 이뤘다.

제약시장 '태풍의 눈'을 잡다

제약업계 분석에 따르면 세계 제약 시장은 2021년 1조5000억달러(약 16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화학합성 의약품과 달리 생물공학을 응용해서 만든 바이오 의약품 비중은 점점 증가, 2016년 25%에서 2022년 3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이 바이오 의약품 세계에서 신약은 '기준약(reference drug)', 복제약은 '바이오시밀러(bio similar)'라고 부른다. SK증권에 따르면 2020년까지 800억달러(약 88조원) 규모 바이오 신약이 특허 만료되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대량 복제해 파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더 뜨겁게 달아오를 분위기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비교해 악효는 거의 같은 수준이면서 가격은 30% 이상 싸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남다른 기술력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유방암 치료제) 등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잇따라 임상시험을 통과하면서 신화의 토대를 구축했다.

'김우중 주인설' 등 악성 루머 극복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 과정에서 셀트리온은 자금난에 고전했다. 초기 투자를 도맡았던 국내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가 2010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자금이 더 필요했지만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 이를 조달하기 쉽지 않았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테마섹은 한국 기관투자자도 기피했던 셀트리온에 2000억원을 투자하고 3년 뒤에 다시 1500억원을 추가 수혈해줬다. 그게 셀트리온을 살렸다. 이때 테마섹과 셀트리온을 이어준 건 아시아 재계에 발이 넓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란 소문이 돌았다. 서정진 회장이 대우 출신이란 점도 이런 소문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사실 두 기관을 이어준 건 IMM인베스트먼트였다. 지성배 IMM 대표는 "테마섹에 가서 (IMM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후 수익금만 챙기는 수동적 투자자인) LP(Limited Partner) 역할을 부탁하고, 우리가 (투자뿐 아니라 셀트리온 경영에도 직접 관여하는) GP(General Partner)를 하려 했지만, 테마섹이 직접 셀트리온에 투자하는 걸 원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삼성전자에서도 눈독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셀트리온을 인수하기 위해 2013년쯤 별도 팀을 꾸려 집중 분석에 들어갔던 것. 서 회장은 이 같은 움직임을 눈치 채고 지주회사를 만들어 경영권 방어책을 마련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바이오 기업보다는 장비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려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물밑 신경전이 막을 내렸다. 


서 회장이 계열사 모두 직접 지배

셀트리온은 독특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통상 대기업은 최대 주주→지주회사→사업회사→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서 회장 개인이 주요 3개 회사 모두 지배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3.9%,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36.2%, 셀트리온스킨케어 지분 69.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상장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일하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의 지분 19.8%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계열사 일부만 분리해 매각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스킨케어를 지배하지 않고 서 회장 개인이 지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립 초기 계열사에 많은 자금을 지원할 만큼 사업 사정이 좋지 않아 서 회장이 개인적으로 계열사 재정 지원 부담을 떠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도 불사하는 공격적 경영

통상 바이오의약품 신약 특허는 20년이 유효 기간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그 만료 시기에 맞춰 제품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 회사는 특허 만료 시점을 '심판의 날'처럼 두려워한다. 바이오시밀러 업체가 단가를 낮춰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 하루아침에 매출이 반 토막이 난다. 실제 셀트리온 램시마의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 매출은 램시마가 유럽 시장에 진출한 2015년 이후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레미케이드 2017년 매출은 8억3700만달러(약 9200억원)로 전년 12억68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와 비교해 34% 감소했다. 이런 탓에 신약 개발업체는 어떻게든 특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특허업계에서는 이를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이라 부른다. 물질 특허를 냈으면 이후에 최적 제조 방법만을 추가로 특허를 내고, 물에 녹는 성질만을 따로 특허를 내는 방식으로 수명 연장을 꾀하는 것이다.

안소영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 업체는 바이오시밀러 업체와 사생결단에 가까운 특허 소송을 벌인다"면서 "한 제품을 놓고 200건 소송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셀트리온은 소송전을 각오하고 공격적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삼성과 다른 경쟁력이 여기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Knowledge Keyword :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생물체에서 유래한 세포·조직·호르몬 등을 이용해 분자생물학 기법으로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복제약(특허가 만료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모방해 만든 약품). 동등생물의약품, FOB(follow-on biologics)라고도 한다. 화학합성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은 '제네릭(generic)'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품 화학식만 알면 만들 수 있고, 화학반응에 큰 변이가 없어 공정이 똑같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 세포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양 온도·크기 등 환경에 민감해 제네릭처럼 똑같은 약을 만들기는 어렵고 유사한(similar) 수준에 만족해야 한다. 그래서 제네릭은 약의 조성 성분이 같다는 것만 입증하면 되지만, 바이오시밀러는 비임상(동물)·임상시험을 다 통과해야 한다.